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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속도 (혹은 즉각적인 '뭐라도 하는 시늉'의 중요도)가 커질수록 건강한 의사결정은 나오기 어려워 진다고 생각한다.
조직과 프로세스를 무시한 채, 예외처리 방식으로 진도를 나가 봤자, 결국 원론적이고 실무적인 결정의 순간이 찾아온다.

실무자는 무리한 보고용 일정계획과 목표를 영혼없이 바라보게 되고,
중간관리자는 엎질러진 거짓말을 결연한 의지 표명과 이슈 물타기 하면서 시간을 번다.

새로운 일,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했는데 책임자에게 고민과 골칫거리가 없다면 뭔가 잘못된 거다.

이 프로젝트가 이렇게 일사천리로 잘 될리 없어! 라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비로소 실무자와 불편한 고민거리를 모두 꺼내어 놓고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에 안타까움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면 거짓말일까.
세상은 그렇게 드라마틱하고 화려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번거로운 노가다성 업무, 온갖 종류의 수기관리, 별 내용없는 유선통화 안부인사, 하고싶은 말만 제외하고 온갖 신변잡기를 빗대어 돌려말하는 커피타임, 개인 혹은 팀 간에 괜한 툭탁거림을 적절히 토닥이는 선배,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인사치레인 줄 알면서도 주고받는 감사함과 덕담,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요구하니 아니할 수 없는 뻘짓을 적당히 짬치는 노련함, 등등등

어쩌면 이런 비효율과 비논리적인 직장생활의 일상들이 조직의 견강을 지키는 '면역력'이라 생각한다.


오랜기간의 연휴를 보내고 출근해서, 우울한 아침미팅에 이어 배불리 점심 먹고 들어와서 두들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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