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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x낙서x스냅

협업도구에 대한 로망

kithalger 2019. 12. 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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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대표, 최고경영자, 사외이사, 고문 - 하시는 분들은 스킵하세요.

 

나는 말로 하는 것 보다, 글로 적는 것이 편하고, 글 보다 숫자가 편한 사람이다.

그리고, IT 부서와 직간접적으로 같이 일할 기회가 많은 편이고,

개인적으로도 IT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많은 편이다.

어쩌면 관심이 많아서, IT관련 업무를 내가 더 챙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최근 외주로 소싱하던 서비스를 직접 해보겠다고 개발업체를 만나 S/W 개발하기로 했다.

여러 차례 현장에서 미팅도 하고, 필요한 기능과 UI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하는데,

상대 업체가 내부에서 사용하던 협업도구(e.g. slack, jandi, dooray 같은)을 같이 사용하게 되었다.

 

미팅을 통해 제기된 이슈와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리스트업 되고,

정확한 담당자가 지목되며 확인 및 회신할 질문과 기한이 명시되었다. 

와, 명쾌하다. 별도로 PM이 세워져 있지 않지만, 큰 흐름과 진척도가 눈에 보이고 이해가 되었다.

이 협업도구를 (통해 일하는 방식,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우리 부서에 안착시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졌다.

 

내가 왜 협업도구를 통한 일하는 방식에 갈망하는지 생각해보니, 두 가지 이유였다.

커뮤니케이션 공해, 그리고 모호한 업무지시

 

1. 이메일과 메신저의 뱉어내기식 커뮤니케이션 공해

 1) 이메일 : 육하원칙. 전후맥락. 명확한 요청. 전달사항(참조나, 회신이냐, 제언이냐 뭐냐). 피드백 기한. 정확한 워딩. 지표의 정의와 숫자 단위. ... 요것들만 정확히 지켜진다면, 이메일도 꽤나 훌륭한 도구다. 근데 그렇지 못해서 문제지.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문제다. 대충 얼버무리며 '~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듯 하지만 알아서 결정하고 책임지쇼'라는 식의 소통도 많고, 별 관심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을 '참조cc'인에게 내비치고 싶은 목적으로 장황하고 논점없는 뿌리는 메일도 넘쳐난다. 제목을 봐도, 내용을 봐도 뭘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메일은 읽씹이 널리 허용되는 편이다.

결국 이메일은, 업무지시와 요구사항, 혹은 의사결정 절차의 근거를 남기기 위한 의미가 가장 크다고 본다. 

 

 2) 메신저(그룹채팅방) : 제목도 비슷한 그룹채팅방이 미묘한 구성원 차이를 두며 여러개가 생긴다. 뭔 차이인지, 나를 초대한 저 방장은 뭔 생각인지, 그냥 본인이 하고 있는 일 자랑하고 떠들고 싶은건지, 이 채팅방에서는 내가 어디까지 코멘트 하고 피드백 할 수 있는건지, 지난번 논의된 내용은 어느 그룹챗에서 누가 얘기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대게는 본인이 직접 해결하지 못하는 이슈를, 점잖게 다른 부서에 넘기는 일이 많이 행해진다. 채팅방에 초대된 인원이 '팀장'급 이라면, 여러 논쟁과 토론이 있을수도 있지만, 중간에 몇 명이 '유선으로 소통드린 바와 같이'라는 치트키를 쓰며 크고작은 어거지나 날조를 성공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확하게 지목(@)해서 소통하는 경우도 드물고, 채팅방에서 문제제기를 한 사람은 일종의 면죄권을 갖게 되는 분위기가 근본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2. 모호한 업무지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중요도, 긴급도를 고렿서 적합한 담당자에게 업무지시가 내려져야 한다. 뭐를 해야하니, 뭐를 어떻게 해서 언제까지 어떻게 해라. 당연한 얘기지만, 이게 안될 경우가 너무 많다. (우리 회사만 그런건가?) 중간에 누구를 통해 업무지시가 전달되면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커다란 뜬구름만 운을 띄워놓고 '한 번 확인해봐, 고민해봐'라는 식으로 흘려버리기 일수다. 제일 현타오는 상황이다. 팀장이 가장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건, 목적과 목표를 심플하고 뾰족하게 가다듬어 팀원에게 명확하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외부가 혼재되어 얽힌 이메일과 메신저에선 의도적으로 말을 흐릴 수 있다. 애매하게 뭉게는게 전략일 수도 있으니. 근데 실제로 일을 나눠맡아 성과를 내야 하는 한 팀(부서)에서 업무영역과 업무지시가 모호하다면,, 말 다한거다.

 

길게 써놓고 보니, 기분만 더 구려지네. 허허-

 

바꿔서 다시 생각을 해 보자. 이기적인 의사소통과 모호한 업무지시는 왜 없어지지 않는가? 왜?!! 

 

나태하고, 비겁하고, 이기적인 오만함 때문이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이다.

실질적인 걸 고민하는게 귀찮은 것이다. 본인의 체면은 지키고 싶고, 뒷짐지고 방향성 운운하며 '디렉팅'만 하고 싶은거다. 감독은 커녕 훈수꾼도 입 아프다고 하지 않을 이야기는 당최 왜 반복하는걸까? 스스로 말하는게 본인 귀에 달달하게 들리기라도 하는 걸까?

 

안하는게 아니고, 못하는 거라면, 다같이 난상토론하고 고민하는 자리라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그렇게는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사고의 폭을 넓히고 맞춰나가야 작은 아이디어라도 모여지고, 문제해결에 공감대가 생길 수 있다.

 

리더(경영자)는 더 큰 시야를 갖고 방향을 잡고, 자원분배와 인재경영에 몰입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경영자인가? 리더인가? 진짜?!

 

부서장 혹은 팀장이면서, 경영자 코스프레 하며 정말 해야 할 일을 회피하지는 않는가? 

(본인 혼자) 나는 실무자가 아니라는 착각속에, 중간에서 안하느니만 못한 소통 공해만 일으키는거 아닌가?

 

자아성찰 해야 한다.

마음이 편하고, 몸이 편한 쪽으로, 제멋대로 착각속에 의무를 회피하는게 아닌가.

 

머릿속에 특정인을 떠올리고, 그에게 쏟아붓는 듯 휘갈긴 글이 맞다.

하지만, 동시에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착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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